Dr. CH_KIm Home
◀◀
        처음으로 ㅣ  병원 자료 ㅣ  의학 자료 ㅣ  태그 자료 ㅣ  일반 자료 ㅣ  음악 자료 ㅣ  일정표 |  북마크
일반 자료

CATEGORY
일반 (46)
글 (54)
그림 (33)
동영상 (19)
프로그램 (4)
유용한 도구 (14)
게임 (10)
만화 (28)
소설 (3)
다이어트 (8)
골프 (7)
포커 (19)
미인이란..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거의 20년 전인 그 때의 시장은 지금보다 더 추웠고,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 담배 가게나 엄마가 운영하는 우리 식당이나, 다른 집이나, 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라는 것은 초라했고, 그 초라함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불편하게 했다. 예를 들자면, 머리를 자주 감거나 목욕을 자주 하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대하게 되는 시장 아줌마들은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모두들 생활인일 뿐이었다. 시장 아줌마들은 언제나 몸빼 바지를 입고 있었고, 고무로 된 털신을 신고서 온 종일 시장 안을 휘젓고 다니는 그 시장 아줌마들에게서 여자나 여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담배 가게 아줌마에게서는 여인이라는 단어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여느 다른 시장 아줌마들처럼 담배 가게 아줌마도 몸빼 바지를 입었고 고무로 된 털신을 신고 다녔다. 그렇지만 담배 가게 아줌마의 긴 머리는 언제나 가지런히 빗질이 되어 있었고, 아줌마의 입술에는 엷게나마 립스틱이 발라져 있었다. 담배 가게 아줌마네 역시 가게에 살림집을 겸하고 있었고,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따로 되어 있지 않았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기는 그 집이나 다른 집이나 마찬가지였는데도 담배 가게 아줌마에게서는 언제나 은은한 샴푸 냄새가 풍겼다. 오로지 투박한 생활만을 담고 있는 시장 아줌마들의 얼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담배 가게 아줌마의 얼굴에는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였다.

미친 년 널뛰듯이 바쁜 아침을 보내고 나서 우리 식당에 모여 앉아 시장 아줌마들이 커피를 마실 때, 그럴 때면 담배 가게 아줌마는 스테인레스로 된 막걸리 잔이 아니라 사기로 된 커피 잔을 내오기도 했다. 쓴 약 털어 넣듯이 커피도 단숨에 털어 넣고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장 아줌마들도 담배 가게 아줌마가 사기 커피 잔에 커피를 타오면 그 순간만큼은 생활인에서 여인으로 되돌아가곤 하는 것이었다.


아~ 미인이란 저런 사람이구나.

담배 가게 아줌마의 그런 작은 행동들은 생활에 쫓기는 시장 사람들의 삶에 은은한 향기를 불러들였고, 어린 나는 담배 가게 아줌마를 바라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런 사람이, 그러니까 "미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를 자주 감지 않거나, 가난이 주는 불편함을 불평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지게 되었다.



글 이명랑(소설가)

  목록보기

  Editor | 산과계산기 |영어회화 관리자 | 주소록 | 웹하드  
Copyright 2003-2016 drchkim.com All rights reserved.